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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후기/심리

생각에 관한 생각 후기 - 노벨경제학상 카너먼이 밝힌 시스템1·시스템2와 앵커링 효과

by 캡틴작가 2026. 10. 10.

 

 그랜드 캐니언 절벽처럼 수직 상승했던 주식을 보고 꾸준히 우상향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일 수도 있죠. 주식 종목 하나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선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됩니다(분석한들 예측할 수도 없지만요). 이러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왜 계속 우상향 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사상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밝혀냈습니다. 그는 "사람은 합리적이다"라고 가정한 고전 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 경제학의 창시자입니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심리를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고 온 그의 이론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 이론이 저 같은 세일즈맨에게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오늘의 추천 도서인 「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 소개해 보겠습니다(책이 많이 두껍습니다).

 

생각에관한생각-책커버
생각에관한생각-책커버

 

 

시스템1과 시스템2


 '주식'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빚투, 인생역전, 하이닉스 등 바로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대니얼 카너먼이 가장 주목하는 인간의 사고 체계 중 하나인 시스템1입니다. 시스템1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감정적인 사고를 뜻합니다.

 

 반대로 243 X 898를 보면 어떤가요? 암산의 천재가 아니라면, 이 답을 알기 위해 계산을 해야 합니다. 뇌의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이죠. 이때 작동하는 것이 시스템2로, 느리고 의식적이며 노력이 드는 사고입니다. 인간의 뇌는 맹수를 만났을 때 즉각 반응하는 것처럼,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소위 인지적 노력(effort)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사람의 뇌가 세팅되어 있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시스템2 조차도 시스템1의 직관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역할을 잘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시스템1이 이미 내린 결론을 그럴듯하게 정당화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증명되었습니다.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안 좋은 이미지로 찍히면 그 낙인은 오래가니까요.

 

 고객과의 첫 미팅에서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초반에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인상적인 느낌을 주지 못하면, 이후에 거래의 진전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힘듭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해도, 첫인상이라는 시스템1의 벽에 막히기 때문이죠(첫인상과 관련된 외모도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링 효과


 협상 자리에서 처음 제시된 숫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일즈맨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후의 논의들은 첫 숫자를 기준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앵커링 효과입니다. 처음 제시된 숫자(앵커)가 이후 판단 전체를 무의식적으로 왜곡시키므로, 전혀 무관한 숫자라도 한 번 노출되면 추정치가 그쪽으로 쏠립니다.

 

 재계약 건이 저에게 넘어왔을 때 최초 영업 담당자가 견적을 너무나 저렴하게 맞춰준 경우, 참 난감합니다. 경쟁업체와의 비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할인해 주었겠지만, 견적을 올려야 하는 담당자 입장에선 어려운 게임입니다. 경쟁업체가 망했다던지, 우리 기업이 그 사이에 독보적인 기능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그럼에도 견적 올리는 건 항상 어렵습니다).

 

 반면 첫 협상자리에 나설 땐 앵커링 효과의 덕을 볼 수 있습니다(당연히 고객에게 가치를 줄 만한 제품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첫 숫자를 제가 제안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주의할 것은 고객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의 터무니없는 숫자에는 앵커링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령 송금 수수료를 영구적으로 인하해 주는 대신,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이득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일시불 요금을 제안하는 식으로 적정선을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그 적정선에서의 줄타기는 역시 경험으로 쌓는 수밖에 없지만요).

 

 

긍정회로


 아닌 줄 알면서도 사람들이 돌리기 좋아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긍정회로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행동 패턴을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고 표현합니다. 계획 오류를 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계획을 세울 때 과거의 유사 사례 통계보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의존해서, 일정과 비용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합니다.

 

 세일즈맨은 영업 예상 실적을 긍정적으로 바로 보고 싶은 유혹에 자주 빠집니다. 그래야 상사한테 덜 깨지고, 인센티브를 받는 것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마음에 " 이번 분기 클로징 확실"로 보고했지만, 계약이 다음 분기로 밀리는 도르마무 패턴을 반복하게 됩니다. 무턱대고 성장할 거라는 믿음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그렇게 믿고 싶지만...).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선 카너먼이 제안하는 '외부 관점(Outside View)'을 참고해야 합니다. 과거 유사 케이스들의 평균을 참고하여 보다 현실적인 예상치를 구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외부 관점을 토대로 현실적인 예상 수치를 구하고, 성장이 정체된다면 그 원인을 빠르게 파악하여 병목을 해결해 나갈 겁니다.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실된 수치를 구성원들이 공유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앞 날은 안 봐도 비디오겠죠.

 


 사람은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우리의 행동과 사고 모두 효율성을 우선으로 추구합니다. 과거의 경험을 강하게 믿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생존과 관련되어 우리 뇌가 이렇게 세팅된 것을 바로 바꾸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이제 시스템1이 틀릴 수 있음을 빠르게 인정하지 않으면 밥줄이 끊기는 AI 시대가 왔습니다. 그대로 본능에 따르는 것과 괴롭지만 본능을 거스르며 정말 합리적인 게 무엇인지 생각해 내는 것. 여러분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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