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값이 쌀 수록 품질이 나쁘다는 뜻입니다. 독자분들은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동의했었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이 속담을 정면으로 들이박은 회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곧 매출 4조를 눈앞에 둔, 진격의 다이소입니다.
'불황형 소비'의 대명사로 불리는 다이소는 초저가·균일가 정책을 앞세우면서도 수 만 가지의 좋은 제품들을 소비자에게 공급합니다. 과연 다이소는 어떻게 값은 낮추면서 품질을 유지했을까요? 그 비결을 다이소의 창업주 박정부 회장이 직접 책으로 펴냈습니다. 바로 오늘의 추천 도서인 「천 원을 경영하라」입니다.
이번 글에선 다이소 신화를 일궈낸 박정부 회장의 눈여겨 볼만한 경영 원칙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천 원
천 원은 박정부 회장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다이소에게 천 원이란, 고객이 느끼는 제품의 가치를 천 원 이상으로 만들어,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충족시키는 전략입니다. 이는 서울대 윤석철 교수가 설명한 기업의 생존 부등식(비용 < 가격 < 가치)에 따른 것입니다. 천 원과 다이소 상품 중 고객이 망설임 없이 다이소 상품을 선택할 때, 다이소의 가치가 실현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다이소 상품 전체의 80%가 1,000원 또는 2,000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 종류는 수 만 가지입니다. 다이소에겐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수 만 가지인 셈입니다. 하지만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뒷작업은 만만치 않습니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박정부 회장은 '마진이 아니라 만족을 좇아라'라는 신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익을 내어야 기업이 유지되었기에, 제품의 복잡함을 걷어내고 핵심 기능만 남기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원가를 줄이기 위해 컵 손잡이를 없애거나 무늬를 한쪽만 남기는 등,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식으로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이소는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닌 가장 잘 만드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닦달당하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괴로웠겠지만 어찌 됐든 제품은 계속 개선되었고, 다이소에서도 대량주문을 했기에 서로 윈윈 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여 이윤을 추구한 셈입니다.
현장 경영
다이소의 매장은 고객과 최종적으로 만나는 접점이므로, 박정부 회장은 현장을 꼼꼼히 챙겼습니다. 그는 틈만 나면 현장을 불시에 방문하였는데, 방문하여 체크하는 것 중 하나가 손님을 내쫓는 '사나운 개'를 찾는 것입니다. 사나운 개란 바쁜 매장 직원들입니다. 워낙 제품이 많다 보니 직원들은 상품 진열에 정신이 없는데, 힘들고 지친 직원들의 얼굴을 보면 손님들이 떠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피크타임에는 진열을 멈추고 고객 응대에 집중하도록 정책을 바꿨습니다.
또한 그는 상품 진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상품을 쌓아만 두어선 팔리지 않습니다. 같은 상품을 매일 조금씩 연출과 진열을 바꿔만 줘도 매출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가령 단단한 소재에 부드러움과 매끄러움을 갖춘 소품을 같이 배치하는 식입니다. 궁극적으로 상품을 표현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액션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상당히 시달리겠지만... 땀 흘리고 시달린 만큼 다이소는 계속 진격하겠죠!
치솟는 물가에 지친 사람들에게 '국민가게'로 불리는 다이소. 단돈 몇 천 원이라는 가격을 넘어선 제품 가치를 선사해 온 덕에 오늘날의 위치까지 올라왔습니다. 제조사들이 마진을 남기기 어렵다는 이유로 균일가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이소의 매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역주행하는 다이소의 진격은 어디까지 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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