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0%. 한 전력 기자재 기업의 5년간 주가 상승폭입니다. 이처럼 뉴스를 보면 오르는 주식이 천지에 널린 것 같지만, 모두가 그 과실을 먹진 못하고 있습니다. 상승장 속에서 침울한 나의 계좌를 보고 있자면, 한 번쯤 고수들의 조언이 마렵기도 합니다.
저는 양양에 사는 한 슈퍼개미의 조언에 귀 기울여보려 합니다. 바로 정규준 님입니다. 그는 단타와 레버리지를 배제하고 약 21년간 7,300%의 수익률을 달성하였습니다. 여느 고수처럼 자신 만의 원칙을 지켰던 그는, 자신의 투자 인생에서 지켜왔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허황된 수익 자랑 썰보다는 다시 한번 되새겨볼 조언들로 가득한, 오늘의 추천 도서는 바로 「인생 마지막에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입니다.
이번 글에선 저자가 지켜온 원칙들이 무엇이었는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내 그릇을 알기
나 자신을 아는 건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한 자질입니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더더욱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내 그릇을 모르고 투자했을 때 녹아가는 계좌를 라이브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본인의 투자 실력이 부족할 경우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라 조언합니다. 남의 말을 듣고 샀다 팔았다 하는(사팔사팔) 것은 금물이라고도 했습니다(모두 여러분의 선택이지만요).
투자는 심리 싸움이기 때문에 공포를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두려움을 버텨낼 그릇이 없는데 무리하게 고수들의 보법을 따라 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뿐이죠!

저는 요즘 레슬링을 배우고 있는데요, 관장님의 동작을 보면 뭔가 여유롭습니다. 그런데 제가 똑같이 여유롭게 스파링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십 년 훈련해 온 관장님의 반응속도가 저에게는 없기에, 바로 태클에 걸려 넘어질 겁니다. 내 피 같은 돈을 지키려면 나 자신을 잘 알아야겠습니다.
전업투자하지 않기
이 조언은 저자가 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전문 금융인이라면 충분히 전업투자할 실력이 될 테니까요. 이 조언은 일반 개미들을 위한 것입니다.
오르는 물가에 내 월급이 녹는다고 느끼지만, 매월 안정적으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현금흐름은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그리고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잠시 주식을 잊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해 줍니다.
이토록 소중한 월급의 존재를 무시한 채,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업투자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등락이 발생하는 순간, 내 생활비가 날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일생 생활에 지장이 갈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주식이라는 심리 게임에 임하기 어렵습니다. 조급해지니까요.
또한 은퇴 후 노후자금을 건드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퇴직한 상황이라면 전업 투자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저자도 반드시 여유 자금으로만 투자하기를 권장합니다.
전업투자는 부업을 주업으로 삼으려는 행동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월급이라는 훌륭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나름 즐기며 부업을 할 수도 있지만,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본업을 때려치우면 생명줄이었던 월급의 소중함을 바로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Don't quit your day job"이 딱 어울리는 표현 같네요!
잃지 않기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Never lose money)"
너무나도 유명한 워런 버핏의 투자 제1 법칙이자 저자가 반드시 지켰던 원칙 중 하나입니다. 이 말에는 앞서 소개한 나의 그릇을 알라는 원칙도 담겨 있습니다. 실력도 안 되면서 무리하게 텐베거(Ten-bagger)만 고집하면 자연스레 돈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욕심을 부리게 되면 레버리지 같은 고위험 투자에 몰빵 하게 될 테니까요.
복리의 마법도 지키는 투자를 할 때서야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깨질 때 덜 깨지는 것도 돈을 버는 것이죠. 그렇게 버티고 버텨서 수익이 꾸준히 쌓이면,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은 스노볼처럼 커질 수 있습니다.
잃지 않는 원칙은 제가 세일즈 하면서도 뼈저리게 느껴왔습니다. 신규 계약을 수주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리면 자연스레 기존 고객에 소홀하게 됩니다. 그럼 아무리 계약을 따 와도 기존 고객들이 이탈하니, 밑 빠진 독이 물 붓는 격입니다.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관계를 쌓고, 그 안에서의 세일즈를 하는 것도 성과를 달성할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빅마우스들의 한 마디에 우리의 계좌와 마음이 출렁입니다. 듣기에는 너무 식상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주식 시장에서 오래 버티도록 해주는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투자를 오래 해 보신 분들일수록 더욱 와닿으시겠죠). 과거에는 레버리지를 즐겼더라도 이제부턴 내 그릇을 알고,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며 잃지 않는 투자 방법을 지향해 보는 건 어떨까요? 위기는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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