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분들은 어떤 패션 브랜드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대학생 시절에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즐겨 입었습니다. 직장을 가지면서부터는 조금 더 질이 좋은 브랜드를 주로 찾았습니다. 특히 세일즈를 하기 때문에 깔끔한 스타일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느낌의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한 번 구매하면 오래도록 입다 보니, 세월이 흘러도 무난히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면 더욱 환영입니다.
프랑스하면 주로 명품 브랜드들이 떠오릅니다. 반면 파리지앵하면 떠오르는 대중적인 브랜드도 있습니다(한국에선 가격대가 저렴하진 않습니다만). '기본 아이템', '클래식', '베이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프랑스의 대표 패션 브랜드, 바로 아페쎄(A.P.C)입니다. 아페쎄는 '창작과 제작의 아틀리에(Atelier de Production et de Création)'의 줄임말로, 트렌드를 굳이 좇지 않습니다. 이처럼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가는 아페쎄를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매거진 B_아페쎄'입니다(잡지 추천).
해당 도서는 브랜드 역사에 관심있는 분들, 아페쎄의 트레이드 마크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그리고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아페쎄가 궁금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베이식(Basic)
아페쎄는 1987년 프랑스 파리에서 장 투이투(Jean Touitou)가 ‘이베르 87’이라는 이름의 남성복을 선보이면서 출발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브랜드 라벨이 패션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고의 시대였습니다. 이에 반해 투이투는 눈을 사로잡는 과장된 장식을 걷어내고 '베이식'이라 부를만한 간결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창업주의 기조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품질의 아이템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에게 세대를 초월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삼촌에게 물려받은 파리 시민의 인터뷰도 있습니다). 또한 좋은 품질 덕분에 명문대 학생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아페쎄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확실히 튀는 스타일보다는 유행타지 않고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만, '대중'브랜드로 인식했었는데 가격은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았습니다. 품질은 좋으니 그만큼 오래 입을걸 생각하면, 구매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페쎄의 대표 제품은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바로 셀비지 데님입니다.
셀비지 데님
셀비지 데님이란 베틀 방식의 일종인 폭 90cm의 셔틀 방직기로 짠 원단의 양 끝부분을, 올이 풀리지 않도록 스티치 방식으로 마감한 데님입니다(그렇다고 합니다). 아페쎄하면 셀비지 데님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데님과 관련된 일화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과거 투이투는 여행 중 가방을 분실했습니다. 이에 급하게 옷을 몇 벌 사려고 했으나, 죄다 워싱이 심하거나 장식이 촌스러운 데님 팬츠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접 데님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지난 글에서 소개했었던 프라이탁(Freitag)도, 서류가 젖지 않는 가방이 필요하여 창업주들이 직접 만든 케이스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은 사업으로 이어지나 봅니다).
이 때 부터 일본과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일본은 데님을 가장 잘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특히 오카야마현의 고지마(小嶋)는 일본 데님의 본고장으로 불립니다. 간척지였던 고지마에선 땅에 염분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염분에 강한 면화 재배가 발달했습니다. 이것이 데님의 강자로 떠오른 계기가 되었습니다.
투이투도 일본 섬유 회사 가이하라와 원단 독점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가이하라는 리바이스와 갭, 유니클로에도 데님 원단을 제공하는 일본의 대표 강소기업입니다. 투이투는 특별히 30년간 원단의 소재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여러 브랜드들이 아페쎄의 데님 원단 레시피를 알고 싶어 했으나 여전히 비밀이라고 합니다. 물론 비밀의 데님 원단만 좋다고 하여, 아페쎄가 성공했던 건 아닙니다.
비즈니스
투이투는 아페쎄의 가족적이고 편안한 회사 분위기와 정반대의 커리어를 가진 사람을 CEO로 임명합니다. 바로 컨설팅 펌 맥킨지 앤드 컴퍼니 출신인 프랑수아 시릴(Francois Cyrille)입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매출 구조를 손봤습니다. 당시 매출의 90%가 일본에 쏠려있었고, 이 부분을 리스크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미국, 유럽 각 지역의 주요 도시에 매장을 균형 있게 오픈해 리스크를 분산시켰습니다.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했었던 액세서리 매출도 40~45% 정도까지만 유지하기 위한 전략 또한 구상했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액티브 웨어 브랜드인 아웃도어 보이스(Outdoor Voices)에도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2022년 한국에는 골프웨어 브랜드인 아페쎄 골프도 런칭했습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아페쎄는 LVMH 그룹 사모펀드 운용사 엘캐터톤(L Catterton)에 매각되었다고 합니다. 장 투이투는 소액 지분만 보유하고, 프랑수아 시릴은 그룹 회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아페쎄가 이전보다는 더욱 공격적으로 글로벌 사업 강화에 힘쓰는 모양새입니다.
프랑스인들의 기본템인 아페쎄. 장식이 화려한 옷이 아닌, 사람들이 '실제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창업주의 신념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비밀로 부쳐진, 일본산 고품질 원단을 통해 셀비지 데님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장 투이투는 창립 30주년 당시 <보그 Vouge>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규모를 두 배 더 키우고 싶다. 패션계의 괴물들 속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앨캐터톤에 매각된 아페쎄는 더욱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아페쎄가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기본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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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3 - [책후기/브랜드] - 매거진 B_아크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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