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산이 참 많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색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알록달록한 자연의 색을 구경하러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또 다른 색상이 있습니다. 형광색, 핑크색 등 톡톡 튀는, 산 여기저기를 뒤덮는 색들이 우리 눈에 자주 띕니다. 그것은 바로 등산복으로 대표되는 아웃도어 의류입니다.
요즘은 나이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아웃도어 의류를 즐겨 입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기능성 아웃도어가 일상 도심 패션으로까지 전파되었습니다. 당연히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함께 늘어났고, 기업들은 브랜드가 더욱 일상생활에 스며들도록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쟁쟁한 브랜드들이 즐비한 가운데, 묵묵히 하나의 길을 걷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일상 곳곳이 대자연인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탄생했습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품은 채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그 브랜드, 등산과 암벽등반에 진심인 창업주의 정신이 각인되어 있는 그 브랜드. 바로 아크테릭스(ARC'TERYX)입니다. 오늘 글에선 아크테릭스에 대해 다뤄볼 예정입니다. 자연스럽게 오늘의 추천 도서도 '매거진 B 아크테릭스'입니다.
해당 도서는 아크테릭스라는 브랜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 아크테릭스 만에 차별점이 궁금하신 분들 그리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잡지 추천).
시조새의 혁신
아크테릭스는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지역은 서핑부터 등반까지 모든 아웃도어 활동을 동시간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자연환경을 갖춘 지역입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웅장한 자연이 곳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트래킹이나 등산 또는 암벽등반을 즐길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불만을 가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마추어 등반가였던 데이브 레인(Dave Lane)입니다.
데이브 레인은 열정적인 모험가였기에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주변 환경은 완벽했지만 장비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제품 중 특히 암벽등반에 필요한 하네스(등반자와 로프를 연결하기 위한 장비로, 추락 시 골반과 허리, 엉덩이를 받쳐 주어 추락 시 충격을 하반신 전체로 분산시켜 사고를 방지함)와 백팩의 기능을 가장 고민했습니다.
1989년 데이브 레인은 이런 고민을 풀고자 더 나은 등산 장비를 만들기 위해 록 솔리드(Rock Solid)를 설립합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등반 장비를 만들려는 그의 열정은 점점 커졌고, 마침내 1991년 아크테릭스로 브랜드 이름을 정합니다. 아크테릭스는 시조새의 학명인 '아르카이옵테릭스 리토그라피카(Archaeopteryx Lithographica)'를 모티브로 지은 브랜드명입니다.
최초의 조류인 시조새는 지구 생물 진화에서 결정적 의미가 있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깃털이라는 원천 기술을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 역사 흐름이 시조새 등장 전후로 나뉘듯이, 아크테릭스도 진화를 거듭하는 브랜드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아크테릭스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기술력
현재는 아크테릭스에 다양한 의류 라인이 있지만, 원래 시작은 하네스였습니다. 창업주의 열정에 따라 시장의 기술력을 뛰어넘은 하네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세계 최초로 360도씨 열 성형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아크테릭스라는 이름이 각인된 사건이었습니다.
혁신은 백팩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백팩은 등반가에게 필수적인 아이템입니다. 아크테릭스는 백팩에도 하네스에 사용하였던 베이퍼 테크놀로지(Vapor Technology)를 도입하여, 인체공학적으로 편한 보라 백팩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또다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연이은 성공을 토대로 본격적인 의류 라인의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아크테릭스가 가장 핵심적으로 여겼던 프로젝트는 고어텍스 재킷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에 고어텍스를 생산하는 고어라는 기업과 협업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독보적인 기술이 탄생합니다. 바로 심테이핑(Seamtaping)입니다. 이는 얇고 긴 원단을 봉제선 안 쪽에 덧댐으로써 방수력을 높이는 기법입니다. 이 기술은 옷의 방수력을 높여주고, 무게는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심테이핑을 기반으로 1998년 아크테릭스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재킷이 탄생합니다. 바로 알파 SV 재킷입니다(참고로 SV는 'Severe Weather'의 줄임말로, 혹독한 기후에도 끄떡없는 최상급 제품 라인을 의미합니다).
미니멀리즘
아크테릭스 제품을 보면 깔끔하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이는 아크테릭스의 어드밴스드 콘셉트 시니어 디렉터인 댄 그린(Dan Green)이 의도했던 바입니다. 그는 아크테릭스 제품의 특징을 '뚜렷한 목적성을 갖춘 절제된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정의를 한 마디로 바꾸면 미니멀리즘입니다.
댄 그린은 알파 SV 재킷이 잘 나가는 이유를 예시로 듭니다. 알파 SV 재킷은 장식이 거의 없는 밋밋한 재킷으로 보이지만, 그것마저 목적성이 분명한 장식이라고 설명합니다. 혹독한 기후에서도 기능을 발휘시키기 위해, 심테이핑 기술을 사용하여 가볍고 핏과 착용감이 좋도록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목적에 충실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더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가볍게 하려면 무엇을 무엇을 떼어내야 할까'라는 미니멀리즘과 궤를 같이하는 고민을 거듭한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쉽게 지루해지기 쉬운 미니멀리즘 기조를 이어가고자 '절제'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아크테릭스는 이상적인 디자인(아름다움)과 디테일(목적)의 차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까지 표현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착용감이 좋지 않거나 외양이 별로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입니다.
아크테릭스의 인기가 날로 올라가는 현상에 대해, 댄 그린은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목적성을 지닌 제품에 끌리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그는 목적성과 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챙기기 위해, 브랜드 내부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자연스럽게 제품 철학의 모토 또한 'Evolution in Action'입니다. 모토대로 제품 디자인을 위해 아웃도어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갖고, 가설을 세워 다음 혁신을 위한 문제점을 발견해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큰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획기적 기능과 뛰어난 품질을 갖춘 아웃도어 장비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설립된 아크테릭스. 그 일념이 하네스와 백팩을 넘어 아웃도어 시장 전체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열 성형 방식, 베이퍼 테크놀로지 그리고 심테이핑 등 기술력을 계속 파고들어 독보적인 제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테크웨어를 추구하며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디자인이 탄생했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더 가볍게, 더 튼튼하게 그리고 더 오래 가게 만들어진 아크테릭스 제품들처럼, 아크테릭스라는 브랜드도 하늘을 누비는 시조새처럼 더욱 비상할 수 있을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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