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이메일, 대학교 수시 논술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위한 편지. 이 세 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네, 바로 글쓰기입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한다면 글로써 의사소통할 일이 반드시 발생합니다. 그런데 글쓰기가 항상 쉽지 만은 않습니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쓸지, 첫 문장을 어떻게 구성할지 그리고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등의 고민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똑똑한 사람들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꼭 그렇지 않다고,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의 전설적인 글쓰기 코치 잭 하트(Jack Hart)입니다. 그는 '글쓰기는 마술이 아니라 기술이다'라고 했습니다. 잭 하트가 말한 기술은 '퓰리처상 문장 수업' 이라는 책에 잘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먼저 해당 도서는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알고 싶은 분들, 글쓰기 실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필요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아이디어
독자분들은 백일장 대회에 강제로 참석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화창한 날 좋은 기분으로 풀밭에 도착합니다. 들뜬 마음과 달리, 우리 손에는 큼지막한 원고지가 있습니다(갱지라서 물에 안 젖게 조심히 가져 다녀야 합니다). 커다란 종이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참으로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고지를 받은 아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바로 하루 종일 고민하는 그룹과 막힘없이 술술 써 내려가는 그룹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아이디어' 유무에 있습니다.
글쓰기에 앞서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시키고,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 분량의 정보를 전달할지 정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완벽하게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이에 저자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의 말을 인용합니다. 글쓰기 능력의 향상을 방해하는 주된 장애물은 글을 쓰는 행위를 배제한 채, 글쓰기의 최종적인 결과물에만 열중하거나 반대로 글을 쓰기도 전에 너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라는 내용입니다.
일단 무엇이라도 써야 합니다. 조사를 통해서 알게 된 것, 특정 토픽에 대한 의문 그리고 야외 활동 중 관찰한 것 모두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얼마 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 드러납니다. 그러면 도중에 멈추고, 그때까지 쓴 내용을 대부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는 작가의 유형을 잠수부(Plunger)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글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첫 과정을 '구토형 초고(Vomit Draft)'라 부른다고 합니다(리얼한 묘사입니다). 처음부터 중심점을 파악하고 글의 골격을 잡고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분들께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글을 줄줄이 써 내려가려면 우선 아이디어가 많은 것이 유리합니다. 이럴 때 변방을 기웃거리라 저자는 말합니다. 전문학술지, SNS, 동네 산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이죠. 저도 글을 쓰다가 야외에서 산책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풋을 통해 자유로이 글을 쓴 뒤, 글을 다듬어야 합니다. 어떤 형태의 글을 쓸 것인지, 글을 쓴 목적이 무엇인지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은 모두 글의 '구조'에 해당합니다. 저자가 글의 구조에 대해 어떻게 조언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구조
두서없이 정보만 늘어진 글은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잘 읽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글의 구조를 짜야 합니다. 그 시작은 리포트 형식일지 스토리 형식일지 정하는 것입니다. 형식 별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리포트 형식입니다. 정보 전달이 주요 목적이고, 논제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일종의 개요로 시작해 논제 A, 논제 B 등의 순서에 따라 체계적으로 작성됩니다. 기자의 조사 결과를 요약한 글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이 축약된 단순한 서술로 표현됩니다.
다음으로 스토리 형식입니다. 독자를 스토리 속으로 끌어들여서 직접 경험할 기회를 주는 거싱 주요 목적입니다. 논제가 아닌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직접 인용 대신 대화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극적인 묘사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물론 위 형식이 혼합된 것도 존재합니다. 블로그의 경우 정보 전달의 목적도 있지만, 개인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성격도 지닙니다. 여행 블로그 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형식을 정했다면, 글의 도입부를 작성해야 합니다. 독자가 도입부를 보고 글의 모든 것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하버드대학교의 언어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글 초반부의 몇 줄 안에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 글은 누구의 이야기인지, 이 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논술을 배운 경험이 있는 분들은 강사가 첫 문장 또는 도입부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잘 쓴 글을 보면 첫 문장만 보고도 이게 어떤 글일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작가가 지은 설국(雪國)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도입부는 일본 문학의 정수라고 불릴 만큼 유명합니다.
글의 첫 문장을 보고 이 글이 무슨 내용일지 독자가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쉽진 않습니다. 그만큼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도입부를 완성하고 결론까지 마무리하면 여기서 끝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이 글에 오류가 없는지, 수정할 분은 없는지 다듬어야 합니다. 이 다듬는 작업을 다른 말로 '퇴고(堆敲)'라 부릅니다. 이 글의 마지막 테마입니다.
퇴고
아이디어를 통해 구조를 짭니다. 독자를 유혹하기 위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글의 리듬, 생동감, 비유 등의 요소를 고려합니다. 이렇게 해서 글을 완성합니다. 여기까지는 초고(草稿) 작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퇴고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는 책의 저자뿐 아니라 옮긴이도 강조합니다.
퇴고란 우선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Polishing)입니다. 이를 위해선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초고를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탈자나 문법 오류를 수정하고, 밋밋한 단어를 역동적인 단어로 교체하여 더욱 매력적인 글로 만들어야 함을 저자는 수차례 언급합니다. 어떤 일을 하던 마무리는 항상 중요하니까요!
첫 글자를 쓰는 것부터 퇴고까지 모두 살펴보았습니다(실제 책에 소개된 내용은 훨씬 많습니다). 이제 글 잘 쓰는 비법을 공개했으니, 남은 건 무엇일까요? 네, 바로 끊임없는 연습입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습관화하길 저자는 추천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글쓰기 연습을 합니다. 특히 직장을 다닌다면 고객에게 이메일을 쓰고, 상사에게 보고서를 씁니다. 여지까지 무의식적으로 써왔다면, 이 책에 담긴 팁을 떠올리며 하나하나씩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예전보다 좋은 글은 써내고, 이를 통해 고객과 상사를 잘 설득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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