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분들은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즐겨왔습니다. 닌텐도 포켓몬스터, 마리오와 같은 콘솔 게임에서부터 레이맨과 록맨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등의 PC 설치형 게임도 즐겼습니다. MMORPG가 차차 등장하기 시작한 뒤로 저 또한 바람의나라, 씰온라인 등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에 빠졌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이기에 그 옛날부터 MMORPG가 매우 흥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게임들은 글로벌로 쉽사리 뻗어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2017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게임이 탄생한 곳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판교였습니다. 게임에서 이기면 '치킨'을 외치는, 출시 13주 만에 누적 매출 1억 달러와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한 그 게임. 너무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라 예상합니다. 바로 크래프톤의 자회사인 펍지(PUBG)에서 제작한 배틀그라운드입니다.
한국 게임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린 배틀그라운드. 이 게임의 탄생 비화를 담은 책이 있습니다. 2년 간 크래프톤 측에서 제공한 사내 메일을 낱낱이 보며, 이기문 기자가 엮어낸 오늘의 추천도서는 크래프톤 웨이입니다(밀리의 서재 추천).
해당 도서는 게임 산업에 관심이 많은 분들, 창업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배우고 싶은 분들 그리고 하나의 게임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창업
크래프톤이 있기 전에 블루홀스튜디오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블루홀스튜디오는 현 크래프톤의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설립하였습니다. 장병규 의장은 검색엔진 '첫눈'을 매각하고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본엔젤스 파트너스를 창업했습니다. 사업가로서 여러 번 성공을 거뒀고, 또 한 번의 도전을 위해 블루홀스튜디오(이하 블루홀로 부르겠습니다)를 세웠습니다. 그 시작은 엔씨소프트 출신의 능력 있는 소수 정예 팀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10년짜리 고난의 행군 시작이었습니다.
블루홀의 비전은 'MMORPG의 명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명가가 되기위한 첫 시작은 게임 '테라(TERA)'의 개발이었습니다. 청운의 꿈을 품고 호기롭게 시작하였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개발에만 약 400억 원이 투입되었고, 200여 명의 인원들이 리소스가 소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군데서 발생하는 버그, 제작 과정에서의 많은 부침들은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블루홀은 2011년 테라를 출시했습니다. 출시 초반에는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수는 들쭉 날쭉이었고, 퍼블리셔(게임 유통을 맡은 회사)가 바뀌며 반전을 노리려 했으나 결국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그나마 블루홀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다는 상정성은 있었습니다. 이에 게임 개발은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임을 장병규 의장은 해가 갈수록 깨달았습니다.
연합군
2011년 이후로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에 따라 모바일 게임 시대도 열렸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블루홀도 사업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블루홀의 전략은 모바일 게임본부를 만들고, 소규모 모바일 게임 제작사들을 인수합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수한 회사들을 일컬어 '연합군'이라 불렀습니다.
연합군들은 각자 다른 활동을 펼쳐 나갑니다. 테라도 계속 서비스되고 있었고, 'W'라는 게임의 제작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계속 전진해나갔으나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장병규 의장은 사비를 털어 부채까지 져가며 회사를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원들의 이탈도 심해졌습니다. 연이은 흥행실패, 모바일 게임 팀과 테라와 같은 기존 팀 간의 형평성 문제 제기 등으로 많은 직원들이 불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직원들 입장에서 느껴지는 수직적인 분위기도 조직원 이탈에 한몫했습니다.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여러 불만에 대해 논의를 하였으나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습니다.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형국이었고, 조직원 모두가 지쳐갔습니다.
이 대목을 보며 게임업이 얼마나 고된 직종인지 절절히 느꼈습니다. 흔히 '00의 등대'라고 불리는 몇몇 회사가 있습니다. 밤에도 항상 불이 켜있는 회사 건물을 빗대어 표현한 말입니다. 그 건물 안에서 수백명이 밤새 개발에 매달립니다. 반면 게임의 성공 여부는 항상 불투명합니다. 게임이란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하는 제품인데, 어떤 요소에 재미를 느낄지 출시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가볍게 제작한 게임이 순식간에 인기를 얻어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는 일도 존재합니다. 안갯속을 걸으며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장병규 의장의 '단체메일'에서 그의 고뇌와 번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연합군 체제에서도 회사는 점점 기울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 연합군에 소속된 한 인물이 배틀로얄 형식의 게임 제작을 시도합니다. 바로 지노게임즈의 개발 프로듀서인 김창한이었습니다. 블루홀에서는 그의 프로젝트를 그리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브렌던 그린(Brendan Greene)이라는 배틀로얄 게임 전문가를 영입하며,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마저 실패한다면, 블루홀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었습니다. 분위기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전체 판매의 95퍼센트가 해외에서 일어나며 글로벌로 쭉쭉 나아갔습니다. 2017년에는 스팀(Steam)이라는 게임 플랫폼에서 유료 게임 중 100만 장이 넘게 팔린 유일한 게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10억 달러 짜리 게임이 되었습니다. 블루홀이 여기까지 오는데 자그마치 10년이 걸렸습니다. 10년 만에 빛을 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거나 떠났습니다. 내부적으로 배틀그라운드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블루홀의 창립 멤버였던 CEO도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 뒤 사명은 중세 유럽 장인들의 연합 크래프트 길드에서 착안하여 크래프톤으로 바뀌었고, 2020년 김창한 프로듀서는 크래프톤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김창한 대표가 강조했었던, 배틀로얄게임은 성공한다는 그의 주장은 옳았습니다.
장병규 의장은 게임 산업이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아마 이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합니다. 하지만 그가 블루홀을 세우지 않았다면, 연합군 체제를 만들고 김창한 대표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배틀그라운드는 없었을 수 있습니다.
게임은 재밌어야합니다. 시장에 출시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블루홀 경영진들의 고통스러운 고민이 책 여기저기서 느껴집니다. 실제 사내에서 주고받았던 이메일을 거의 그대로 옮겼기에 굉장히 생생하게 블루홀이 어떻게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장병규 의장이 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남긴 코멘트가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멘트는 '누군가에게는 지난날들이 시궁창'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땀이 있었기에, 지금의 배틀그라운드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성공스토리에 대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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