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10월 26일, 올해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가 2,30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다행히 연말에는 다소 상승세입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한 단어가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 있는 현상입니다. 듣기만 해도 짜증이 솟구치는 단어입니다. 똑같이 시작했었던 미국주식은 우상향 하는 반면, 한국 주식은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만약 미국회사였다면, 시가총액이 400~500조에서 그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토록 우리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왜 존재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소상히 밝힌 한 인물이 있습니다. KCGI의 수장 강성부 대표입니다. 많은 물의를 일으켰던 한진 그룹에 경영 개선을 외쳐 한 때 화제가 되었던 인물입니다(그 이후 KCGI는 '행동주의 펀드'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런 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견해를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책 제목부터가 적나라합니다. 바로 오늘의 추천 도서인 '좋은 기업, 나쁜 주식, 이상한 대주주'입니다(e북 추천).
해당 도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여러 가지 원인들을 알고 싶은 분들, 강성부 대표가 주장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법이 궁금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상법 제382조 3항
우리나라에는 대표 6 법 중에는 상법(商法)이 있습니다. 상법은 상거래와 기업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입니다. 여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상법 제382조 3항으로, 이사의 충실의무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문제는 '회사'만을 위한다는 부분입니다. 이사의 신의성실 의무를 회사에 국한하는 게 아닌, '회사 외 전체 주주'라고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선진국의 대부분은 전체 주주를 위한 법령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으므로, 이사들은 회사를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전체 주주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위법이 아닙니다. 전체 주주를 위한다로 바뀐다면,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소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어야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배당소득세
세금은 언제나 민감한 이슈입니다. 그렇기에 저자가 꼽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도 세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당소득세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2021년 기준 19.1%입니다(관련기사). 영국(48.2%), 독일(41.1%), 미국(37.3%)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높은 배당 성향은 대중의 투자를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표적으로 금융주는 성장세가 가파르진 않지만, 높은 배당 성향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읍니다.
유독 우리나라의 배당 성향이 낮은 이유는 높은 배당소득세가 한 원인입니다. 반면 주식양도세는 배당소득세보다 낮습니다. 때문에 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대주주와 자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을 택합니다.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배당소득보다 세율이 낮은 자본이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의 동기 자체를 줄이는 것도 배당 성향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법과 같은 환경적인 개선 외에도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배구조 개선에 필요한 정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대표적으로 비지배주주 다수결제도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무분별한 기업합병 및 분할로 인해 손해를 본 사례가 많습니다. 핵심 사업부를 떼어 내어 상장시켰던 특정 업체 때문에 저 또한 손해를 보았습니다. 이와 같이 소수 주주에 불리한 기업분할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막기 위해, 특정 종류의 사안에 한해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들만 의결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가 비지배주주 다수결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에어로케이홀딩스라는 지주회사에서 이 제도를 담은 정관 변경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 또 하나의 무기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지침'을 의미합니다. 2018년 7월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2023년 7월 말 기준으로 991조 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2대 주주입니다. 상장된 대기업 집단과 관련한 갑질, 횡령 등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투자자의 이익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며 더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2019년 즈음부터 시작된 주식열풍은 이미 식었습니다. 고금리라는 대외 변수도 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한몫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매운맛을 본 소액 주주들은 많은 손해를 보았습니다. 미국 주식은 오를 때, 우리나라 주식은 크게 오르지 않습니다. 떨어질 때는 같이 떨어집니다. 기업들이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한다면, 투자자들은 더 큰 호응을 보낼 것입니다. 또한 기업들이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도록 법과 제도도 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는 환경과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언젠간 한국에서도 많은 우상향 그래프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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