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큰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입니다. 쿠팡 플래카드가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펄럭이는 모습은 생소하지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상장초기 시가총액이 약 111조에 달하며 기염을 토했습니다(지금은...). 배송이 무척 빠른 국내 업체로만 여겼는데, 한때 미국 시장에서 100조가 넘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랐습니다.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성이 어떻게 이만큼 클 수 있는 걸까요?
오프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은 눈에 직접 보입니다. 반면 이커머스 시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많지 않으므로 자세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생필품 등을 구매하며 우리는 매일 이커머스 업체들을 접하지만, 그들의 속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한 트렌드 수집가(필명 기묘한)가 이커머스 업계와 시장에 대해 총정리하였습니다. 바로 오늘의 추천도서인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입니다.
해당 도서는 오픈마켓 개념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왜 많은 쇼핑몰들이 적자인지 궁금한 분들 그리고 전반적인 이커머스 트렌드에 대해 배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실생활에 접하는 기업들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런지 재밌게 술술 읽힙니다.
오픈마켓
2021년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쿠팡 상장 이외에도 이베이코리아 매각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같은 쇼핑 플랫폼을 가진 회사로 과거에는 부동의 오픈마켓 1위 기업이었습니다. 여기서 오픈마켓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오픈마켓이란 셀러들이 자유롭게 판매해서 다양한 상품들이 있는 마켓입니다. 말 그대로 열린 시장입니다. 그래서 MD들이 직접 상품을 발굴하여 진열하는 소셜커머스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 시작은 쿠팡이었습니다. 쿠팡은 2017년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으로 전환합니다. 이에 롯데온, SSG 그리고 위메프마저 오픈마켓으로 전환을 선언하며, 온라인 시장의 과반수 이상은 오픈마켓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 모두가 오픈마켓이 되고 싶어 할까요? 이베이코리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G9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십여 년간 이커머스 1등 자리를 지켜온 강자입니다. 그리고 조 단위 이상의 거래액을 취급하는 플랫폼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습니다(2020년 기준 매출 1.3조 원이고 영업이익은 800억 원 정도입니다).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플랫폼이라는 구조 덕분입니다. 누구나 입점하여 물건을 팔 수 있고, 회사는 판매만 중개하면 됩니다. 때문에 CS응대나 재고관리를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고정비를 아낄 수 있으므로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아가 입점 업체들이 늘어 거래가 증가해도, 택배비처럼 고정비가 비례하여 늘지 않았던 점 또한 한몫했습니다. 플랫폼의 엄청난 매력 포인트입니다.
대부분의 쇼핑몰들이 적자인 이유
매력적인 사업구조를 가진 쇼핑 플랫폼임에도 적자를 벗어나긴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또 쿠팡을 소환해 보겠습니다. 2018년 쿠팡은 4조 원대 매출에 1조 원대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였습니다. 앞서 말한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쇼핑 플랫폼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배송비 때문입니다. 플랫폼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이 없기에, 소비자가 구매할 제품을 배송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배송 이전에 물건을 찾아와서 포장까지 해야 합니다. 이 과정들이 보통 건당 최소 3~4천 원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배송비 2천 원까지 합하면 주문 한 건당 발생하는 비용이 최소 5천 원 이상입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업체들 간 치열한 가격 경쟁에 있습니다. 요즘은 플랫폼 간 가격 비교가 매우 간편하기 때문에 최저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 말을 들어보면, 업체들끼리 가격을 두고 매일 눈치싸움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임을 알면서도, 납득할 수 없는 가격으로 파는 셀러들은 꼭 있다고 합니다. 결국 손해는 본인 몫입니다. 여기에 배송비 그리고 대형 판매자일 경우 물류창고도 따로 두고, 플랫폼 서버비도 많이 듭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합쳐져 적자를 야기합니다.
이커머스의 트렌드
저자가 제시한 여러 가지 트렌드 중 제가 피부로 가장 와닿는 것은 바로 라이브 커머스입니다. 특히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라이브 방송(라방)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걸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패션이나 뷰티업계 대표님들 중에 인플루언서 출신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유명한 사례로 티르티르의 이유빈 대표가 있습니다(이유빈 대표의 인스타그램). 일본에서 K 뷰티 대표 브랜드로 소개되며, 2022년에 약 1,23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입니다. 이유빈 대표는 라이브 커머스라는 트렌드도 잘 활용하지만, 팬덤 마케팅이라는 트렌드도 굉장히 잘 따릅니다. VIP들에게 샤넬백 선물을 제공하고, 최근에는 추첨으로 10억 원 상당의 집을 선물했습니다. 말 다 했죠!
또 하나의 이커머스 트렌드는 D2C입니다. D2C는 'Direct to Customer'의 약자로 브랜드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아마존과 풋락커 등에 이별을 고한 나이키가 대표적입니다. 나이키는 유통채널에 의해 휘둘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고객 데이터를 직접 다루며, 고객을 더 알기 위해 자사몰을 키우고 싶어 했습니다. 덕분에 나이키는 아마존과의 이별 통보 1년 뒤에 9%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객관리 솔루션을 영업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다만 2023년 들어서는 유통업체들이 대신해 주던 재고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키 이기에, 이 고비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됩니다.
쿠팡을 중심으로 한국의 이커머스 트렌드는 바뀌어왔습니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저녁에 주문하면 아침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여러 커머스 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경쟁 중입니다. 물론 기업들도 계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업을 지속할 순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자들이 하나씩 나가떨어지면, 어떤 새로운 경쟁 구도가 나타날지 한 번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삶은 어디까지 더 편해질지도 궁금해집니다. 아마 생각 만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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