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이 하나의 주제가 작년에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를 던진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트럼프의 말이 이토록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가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으로 강대한 국가이자, 모든 기술의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입니다. 미국이 이토록 잘 나갈 수 있는 비결은 자본 축적을 통한 부(富) 덕분입니다.
미국이 처음부터 이렇게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자본의 흐름이 미국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부가 미국으로 넘어왔을까요? 그 이야기를 오늘의 추천 도서인 「부의 역사」를 통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알함브라 칙령
레콘키스타(Reconquista). 직역하면 '재정복'입니다. 이는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에스파냐(스페인)와 포르투갈에 해당하는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하고 있던 이슬람 국가를 몰아낸 기독교 세력의 국토 회복 운동입니다. 레콘키스타가 마무리되면서부터 스페인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실수도 같이 저지릅니다. 알함브라 칙령(Alhambra Decree)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말이죠.
이 칙령으로 에스파냐에 거주하던 모든 유대인들은 대부분의 재산(금, 은, 화폐 등)을 뺏긴 채 추방당했습니다. 칙령을 선포한 이사벨과 페르난도 2세 공동 국왕의 의도는, 이슬람 왕국을 몰아내는데 기여한 귀족들에게 나눠줄 땅과 재화를 확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쫓겨난 유대인 중에는 무역 전문가, 의사, 학자 그리고 금융 전문가 등 전문 인력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인적 자원들이었던 것이죠. 때문에 귀중한 인재가 떠난 에스파냐는 서서히 저물었고, 떠돌던 유대인들이 정착한 곳은 바로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였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자유가 일으킨 부흥
피로 얼룩진 종교 전쟁을 겪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네덜란드에는 사상적·종교적 자유가 있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유대인들에게 종교적 관용을 베풀었고, 기술을 지녔거나 지식인인 경우에는 더욱 환영했습니다.
이토록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유대인은 특히 금융 영역에서 활약했습니다.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의 주식이 활발하게 거래되자 유대인들은 신주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자본을 끌여들였고, 이는 1608년 세계 최초 증권거래소 설립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금융 외에도 전 세계 유대인 무역 네트워크를 통해 네덜란드를 세계 무역의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8세기가 되자 네덜란드 특유의 근면 성실을 강조하던 분위기가 사라졌습니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회 풍토는 제조업을 몰락시켰고, 일거리가 줄자 빈부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때마침 영국에서는 명예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영국의 공동 국왕 자리에 오른 빌렘 3세가 영국 왕 윌리엄 3세(William III)로 등극하자, 약 3만여 명의 금융 전문가가 영국에 새 터전을 잡았습니다. 이들은 특히 영란은행 설립(1694년)과 국채 발행을 포함한 영국의 근대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했으며, 이는 영국이 해상 무역과 금융 패권을 장악하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을 넘어 유대인들은 또 하나의 종착지로 향합니다. 바로 천조국 미국입니다!
패권의 바통터치
17세기 중반부터 브라질이 포르투갈에 탈환됨에 따라 뉴암스테르담(지금의 뉴욕)에 도착한 이들은 북미 유대인 공동체의 시작이었습니다. 19세기 후반에도 러시아 제국 등 동유럽에서 대규모 학살을 피해 유대인들이 미국 땅으로 대거 몰려왔습니다.
이들은 이전 역사와 마찬가지로 금융, 상업, 학술 등 분야에서 활약하였습니다. 주특기인 금융으로 투자은행 설립 및 자본 조달을 도맡았고, 이를 통해 19세기 미국의 철도, 철강, 석유 산업 등 거대 산업 성장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미국의 자본은 여기서 나왔던 것이죠(물론 검은 황금인 석유도 미국의 자본 축적에 한몫했습니다).
박해를 피해 전 세계를 떠돌며, 관용과 자유를 부여해 주었던 곳마다 부흥을 이끌었던 유대인들. 자유를 갈망하며 박해받았던 이들은 현재 되려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 세계 자본을 쥐고 흔드는 유대인들이기에, 이들은 또 어디로 향할지, 그들이 가진 자본은 어디로 모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넥스트 미국은 어디일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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